『춘향전』을 통한 복음의 시선
최근 아이들과 고전문학을 읽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손에 들린 『춘향전』. 어릴 적엔 단순한 로맨스 이야기라고만 여겨졌던 그 작품이, 지금은 전혀 새롭게 느껴졌다. 푹 빠져 다시 읽으면서, 복음서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하늘과 땅처럼 다른 두 존재의 사랑에, 기다림과 고난, 그리고 끝내 찾아오는 구원과 회복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언제나 나를 깊은 묵상에 잠기게 한다.
하나님의 사랑과 선택: 춘향과 이몽룡의 만남
춘향은 기생의 딸로, 당시 사회적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신분에 속한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이몽룡은 한눈에 반하고 사랑을 선택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아직 죄인일 때 하나님께서 먼저 사랑하셔서 우리를 택하신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춘향이 선택받을 이유는 없었지만, 그 사랑은 신분을 넘어 연약한 자를 품어준다. 이는 예수님이 우리의 신랑으로, 교회가 신부로서 맺는 언약을 연상케 한다.
기다림과 고난: 춘향의 인내
이몽룡이 과거 시험을 보러 떠난 후, 춘향은 홀로 기다린다. 변함없는 사랑으로 그것을 믿으며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은 예수님 승천 후의 교회를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주님을 신뢰하며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세상은 유혹으로 가득하지만, 교회는 신랑의 귀환을 굳게 믿고 기다린다. 춘향의 기다림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주님을 기다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 같다.
유혹과 고난을 넘는 믿음: 변학도의 등장
이몽룡이 떠난 후, 변덕스러운 사또 변학도가 남원에 부임한다. 그는 춘향에게 고난을 주고, 그녀의 순결을 시험한다. 이 상황은 마치 말세에 교회가 겪게 될 환란과 핍박을 연상시킨다. 계시록에 나오는 것처럼, 춘향은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키며, 세상 권세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정절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을 위해 고난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교회의 모습을 그린다. 우리는 혹시 주님이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그분을 바라보며 견딜 수 있을까?
구원과 회복: 재림의 날
긴 시간 뒤, 이몽룡이 과거에 장원 급제한 암행어사로 돌아온다. 변학도의 악행을 심판하고, 다시금 춘향을 품에 안는 장면은 예수님의 재림과 심판, 그리고 신부된 교회를 향한 구원의 완성을 떠올리게 한다. 고난 중에 끝까지 믿음을 지킨 성도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약속과도 같다.
감동은 어디에나 있다
『춘향전』의 작가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지만, 기독교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복음과 너무도 닮은 흐름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시대와 문화를 넘어서 복음의 흔적을 남기셨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는 진리를 갈망하고,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아이들과 읽은 『춘향전』은 단지 고전소설이 아니라, 복음의 씨앗이 자라고 있던 공간이었다.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주님을 묵상하고, 고난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는 삶, 보이지 않아도 언약을 기억하는 기다림,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확신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한국의 전통 서사 속에서도 복음의 향기를 느끼게 하심을 고백한다.